할리우드의 ‘거리 두기’에 초라해진 골든글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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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부패·성차별 등 잇단 논란에
방송사·홍보사, 행사 ‘보이콧’
넷플릭스 등 불참선언 줄이어
수상 후보자 발표 때도 ‘썰렁’
오스카상과 함께 미국 영화 시상식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골든글로브가 올해 수상자 후보를 발표했지만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계의 보이콧으로 골든글로브 79년 역사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13일(현지시간) 제79회 수상자 후보를 발표했다. 하지만 NBC 등 주요 방송사들은 이전과 달리 올해는 후보 발표식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편성하지 않았다. 후보로 지명된 감독이나 배우들의 소감 발표도 없었다.
헬렌 호니 HFPA 회장은 썰렁한 현장 분위기를 코로나19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는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코로나19로 인한 제한 때문에 올해 발표는 온라인 생중계로 하겠다고 말해왔고 꽤 많은 분들이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방 안의 코끼리’(명백하지만 아무도 언급하고 싶어 하지 않는 상황이나 문제)와 같다고 미국 언론들은 말한다. 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할리우드의 무관심과 냉대로 인해 예년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골든글로브상은 지난 2월에 HFPA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할리우드 영화계의 보이콧 대상에 올랐다. 부패 스캔들을 보도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HFPA는 2019~2020년 회원들에게 약 200만달러를 지급했고 파라마운트사 협찬을 받아 호화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HFPA는 87명의 회원으로만 구성돼 있어 한 명 한 명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 영화사의 로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HFPA 회원 중 흑인은 단 한 명조차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마블 히어로 영화 <블랙 위도우>의 주인공인 스칼릿 조핸슨은 과거 HFPA 회원들로부터 성차별적 질문을 받고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할리우드 영화계가 HFPA와 거리를 둘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방송사들과 할리우드 스타들은 골든글로브 보이콧에 나섰다. 매년 시상식을 생중계해 온 NBC는 내년 1월9일 예정된 시상식을 송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명 배우 톰 크루즈는 지금까지 받은 골든글로브 트로피 3개를 반납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을 고객으로 둔 100여개의 홍보사들은 HFPA에 만연한 차별과 부패를 근절하고, 신속한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동성명을 냈다. 넷플릭스, 아마존 스튜디오, 워너 미디어 등도 HFPA가 변화를 이루어낼 때까지 골든글로브 관련 행사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HFPA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흑인 기자 6명을 포함해 21명의 새로운 회원들을 영입하는 등 재정비를 했다고 밝혔지만 할리우드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http://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4&oid=032&aid=0003116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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