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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학폭 피해' 중학생, 유서에 3번 쓴 부탁…엄마는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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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658회 작성일 23-08-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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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189901?sid=102


학교폭력의 폐해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가운데 12년 전 ‘대구 중학생 학교폭력 사건’이 재조명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의 유서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개되며 이를 지켜본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1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2011년 12월 19일 학교폭력으로 인해 숨진 권승민군의 이야기를 담았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권군은 같은 반 학생들에게 8개월에 거쳐 구타·협박에 시달리다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권군은 그간 거주하는 자택에서 고문과 폭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해 12월 20일, 권군의 어머니 임지영씨는 출근 중 경찰에게서 아이가 사고가 났다고 전화를 받았다. “교통사고라고 생각했는데 아파트 앞으로 오라더라. 이미 하얀 천으로 덮여있었다. 사망 확인을 했다고 하더라. 애를 안았는데 따뜻했다. 막 바닥에 주저 앉아서 '아니야!'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울었다”고 떠올렸다.

시체검안소로 달려간 임씨는 아들의 맨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을 제외하고는 온통 시퍼런 멍 투성이었기 때문이었다. 팔, 다리, 배, 엉덩이 등에는 멍이 들어있었는데 멍의 색으로 보아 구타가 상당 기간 지속됐음을 알 수 있었다.

피해자 집에서 고문·구타…“이렇게 살아있는 게 불효일 것 같아”


이후 발견된 권군의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는 그간 자신이 겪은 일들이 낱낱이 적혀있었다.

가해자들은 이재우와 정윤호 둘이었다. 9개월 전 새 학기부터 그들이 권군을 괴롭히기 시작한 이유는 단지 게임 때문이었다. 게임 캐릭터를 키워달라고 권군에게 부탁한 재우는 어느 날 해킹을 당해 캐릭터가 사라지자 권군에게 책임을 물으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재우는 "XX 우리 형 뭐하는 줄 알아? 조폭이야"라고 협박해 권군은 이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대신 게임을 해준 날이 162일이나 됐다. 주말도 없이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게임을 대신해야 했다. 처음에는 같이 괴롭힘 당하는 입장이었던 윤호는 어느새 재우의 ‘오른팔’이 되어 권군을 괴롭히고 있었다.

두 가해자는 24시간을 권군을 감시했고 권투 글러브, 단소, 목검을 사용해서 시도 때도 없이 구타했다. 가해자들은 옷으로 가려지는 부분만 골라서 때렸는데 마지막 두 달 동안은 무려 30번을 구타했다고 전해졌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모든 폭력이 권군의 집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반 친구들과 선생님은 권군의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권군은 유서에서 "재우하고 윤호가 매일 우리집에 와서 괴롭혔다.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담배를 피우게 하고, 물로 고문하고, 그 녀석들이 '엄마가 언제 오냐'고 물은 다음에 오시기 전에 나갔다"고 적었다.

이어 "12월 19일, 무릎을 꿇게 하고 라디오를 드는 벌을 세웠다. 내 손을 묶고 피아노 의자에 눕혀 놓은 다음, 무차별적으로 구타했다"며 "내 몸에 칼을 새기려고 하다가 실패하자 내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고 하고 라디오 선을 뽑아 제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면서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라고 했고 우리 가족들을 욕했다"고 썼다.

또 "참아보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내 자신이 비통했다. 물론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더 불효할 것 같다"고 고통스러워 했다.


“내가 없다고 슬퍼하거나 죽지 말아줘…마지막 부탁인데 도어락 키 바꿔요”


유서 마지막 장에는 권군이 꾹꾹 눌러 쓴 부탁이 담겨 있다.

권군은 "내가 일찍 철들지만 않았어도 여기 없었을 거다. 장난 치고 철 안 든 척 했지만 우리 가족을 사랑했다. 제가 하는 일은 엄청 큰 불효일지 모른다. 매일 남 몰래 울고 매일 맞던 시간들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내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죽지 말아 달라. 내 가족들이 슬프다면 난 너무 슬플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부모님께 한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는데 지금 전한다. 엄마 아빠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또 권군은 "마지막 부탁인데 집 도어락 번호 키 바꿔 달라. 가해자들이 알고 있어서 제가 없을 때도 문 열고 들어올지 모른다"고 끝까지 가족들의 안부를 걱정했다. 권군은 이러한 부탁을 유서 곳곳에 세 번이나 적으며 간절하게 요구했다.

권군의 어머니 임씨는 "가족들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형은 동생이 그렇게 됐는데 아무 것도 못 도와줬다는 죄책감, 남편은 남편대로 멀리 있어서 아이를 못 봤다는 죄책감, 엄마의 죄책감은 뭐라 말할 수도 없다. 내가 내 아이를 못 지켰으니까. 중학교 교사인 자기 아들 저러는 것 몰랐나"라고 자책하며 오열했다.

‘촉법소년’ 믿고 그랬나…가해자들 “장난인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더 공분을 샀던 건 가해자들의 뻔뻔한 태도다. 이들은 권군이 투신한 날에도 여느 때와 같이 권군의 집에 들어갔다. 집에 아무도 없자 둘은 아파트 경비원에게 “이 집에 사는 친구가 떨어졌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들은 권군이 스스로 목숨을 버릴 만큼 힘들어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던 것이다.

이후 두 가해자에 대한 전면 수사가 진행됐고 이들의 끔찍한 범행이 담긴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이들은 권군에게 총 273통의 문자를 보내 고통을 줬으면서도 “장난으로 한 일인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답했다.

이들은 또 서로 “선생님한테 혼나면 인정하지 뭐”라는 대화를 나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SBS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들이 촉법소년이라 여겨 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낙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 14세 이상으로 촉법소년이 아닌 가해자들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공갈, 강요, 협박, 갈취, 폭행 등의 혐의가 있다고 했다. 증거만 96가지에 달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하기까지 한 본 건의 경우에 형벌 외에 관대한 처분을 하는 것은 지나친 관용이다. 이에 피고인들에게는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라며 이재우에게는 장기 3년 6개월, 단기 2년 6개월 형을 정윤호에게는 장기 3년, 단기 2년 형을 선고했다.

당시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받는 처벌로는 최고 형량이었지만 권군의 억울함을 비춰 너무도 부족한 처벌이었다. 그럼에도 가해자들은 형이 지나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나타난 담임교사 "아이들 일진 아냐…감형으로 교화 부탁”


항소심 재판에서는 뜻밖의 사람이 나타나 유족들을 힘들게 했다. 권군의 피해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담임교사가 재판에 나온 것이다. 그는 “이 아이들은 일진이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중학생이 저지른 일인 만큼 교화와 교육이 더 중요시돼야 합니다. 형이 너무 과한 것 같습니다. 감형을 부탁드립니다”라며 가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이에 재판부는 1심 결과보다 형을 줄여 이재우는 장기 3년, 단지 2년 6개월, 정윤호는 2년 6개월, 단기 2년을 선고했다. 가해자들은 이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어 상고했으나 최종 선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권군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학교 측은 사태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 통제하며 권군의 책상에 국화꽃 한 송이도 두지 못하게 막았다. 권군의 재적 처리도 매우 신속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책을 맡고 있던 교사는 “자살한 애 영웅 만들 일 있습니까? 다른 애들이 멋있게 보고 따라서 뛰어내리면 어떡합니까”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축소·은폐 급급했던 학교, 권군 투신 5개월 전 또 다른 학폭 사망 피해자 ‘쉬쉬’


학교가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권군이 세상을 등지기 5개월 가량 전 해당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투신한 사례가 또 있었던 것이다. 학생의 이름은 김희정으로 당시 학교는 김양의 죽음을 조사해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을 묵살한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가 학교폭력 피해자들과 재발 방지에 손을 놓아 사태를 더욱 키운 셈이다.

중학교 교사로 일하는 권군의 어머니 임씨는 아이들에게 눈물 어린 당부를 전했다. 그는 “어딘가 숨어 있을 우리 승민이들에게, 학교 그만둬도 괜찮아요. 학교보다 중요한 건 사람의 생명이거든요. 힘든 일 있으면 어른한테 꼭 얘기해서 해결책을 찾는 게 가장 옳다고 생각해요”라며 “분명히 도와주는 분들이 많을 거거든요.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 없다 하지 말고 바른 선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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